너무나 소심해서 스스로도 답답해 미치고 환장해서, 흘러나온 장을 부여잡고 흔들며 줄넘기라도 한 판 뛰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말도 못하게 소심해지는 사태가 오기까지 자신에게서 비롯된 사건의 발단이 존재한다. 그런 발단은 매우 우연찮게 찾아오곤 하는데, 상대방이 서로 다른 생각과 환경을 가졌다는 기본적인 배려를 잊고 아무 생각 없이 흘러나오는 말과 행동을 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하게 되면 상대방이 가진 생각의 흐름을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어느정도 비슷한 경험과 연산과정을 가진다는 전제하에 의식하지 못한 행동을 함으로써, 무심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관계적 실수이며 이제부터 대화의 기술과 함께 협상 상태로 돌입해야 하지만, 소심하고도 소심한 자들은 더 이상 입이 열리지 않는다. 말이 필요 없다기 보다. 조그만 생각의 번쩍임이 폭죽처럼 머릿속에서 요동을 치며, 온갖 걱정이 앞서서 입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의 반응은 어떨까? 요렇게 말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저렇게 말하면, 화내지 않을까? 결국 머릿속은 패닉상태로 빠져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의 표정은 기묘한 혼란스러움의 극에 다다르고, 나오는 건 한숨 뿐이요. 느는건 담배 뿐이다. 결국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은 전달되지 않고, 답답함만 공유할 따름이다.

이러한 패턴은 기본적으로 갈등을 두려워함으로써 생겨난다. 두려움에 벌벌 떨며 온갖 잡생각만 머릿속에 떠다니고, 막상 표현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우유부단한 성격을 대표하기도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두려움이 크게 자리잡은 사람들이 바로 소심한 자들이다.

이쯤에서 명언 하나 등장할 차례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된다는 국가 지상주의적 정치사상인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을 설파한 인물로써 이런 말도 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지 알 수 있지만, 실제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이 말이 대체 소심한 자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가? 살짝 풀어보면 "나"라는 존재가 실제로 어떤 존재인가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진실한 마음의 흐름은 "내"가 "상대방"에게 말하고 행동하며 표현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자기표현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대인관계를 비롯한 처세술에 한 챕터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교묘하게 진실을 강조하지만 막상 중요한 것은 약간의 거짓이라도 어.떻.게.표현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사들이는가를 말하고 있다. 비즈니스 관계에 대한 기술이 아닌 기본적인 인간 관계에 대한 기술이기에 자신을 부풀리는 시도 보다는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이 더욱 중요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인간 관계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약간의 조작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자기표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간단하고 극단적이며 상관없어보이는 소심한 자기표현의 예를 들어보자면, 소심한 K씨가 식당을 찾았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종업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K씨가 자리를 둘러보니, 별로 좋지 않은 카운터 옆 자리만 비어 있을 뿐이다. 망설이는 K씨 앞에 종업원이 얼쩡거리며, "어서오세요. 자리를 안내해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K씨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식당을 나가려 했지만, 종업원에 말에 반응해 그냥 나가면 종업원이 기분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그냥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하려 하지만, 바쁜 종업원들은 K씨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음식을 시키고 식사를 시작했지만, K씨는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벽에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크게 적혀 있었다. 맛이 없어서 그냥 가겠다는 말이 목구멍을 자극하지만, K씨는 종업원 혹은 식당 주인과의 갈등이 싫어 묵묵히 배를 채우고 음식을 남겼다. 결국 매우 안 좋은 기분으로 계산을 치르고 식당을 나선다. 식당에서 멀어지자마자 K씨는 용기를 얻은 듯 투덜대며 식당에 대해 욕을 한다.

물론 K씨처럼 극단적으로 소심한 사람은 별로 존재치 않지만,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리며 예를 들다보니 매우 바보스러운 캐릭터 하나가 탄생했다.

어째서 소심하고도 소심한 자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가 하면, 우습게도 소심하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글로는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적어둔다고 해서 바로 생각의 패턴이 바뀌고 소심함이 사라져 적극적인 자기표현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보진 않는다. 그렇지만, 모두가 볼 수 있는 글로 남겨둔 이상, 어쨌든 자신에게서 생산된 글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함으로써 지금보다 조금 더 노력할 수 있지 않겠나, 싶은 마음으로 이런 글을 적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표현을 잘 할 수 있을까 이것저것 뒤지며 생각해 보았다.

1. 자신의 선택권을 주장해야 한다. 즉, 강요받거나 타인의 의견에 아무 생각없이 쉽게 동요되지 말아야 한다. 선택에 있어 항상 옳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자율적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즉각적인 반응으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다. 원하는 것은 망설이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중을 너무 신경쓰다가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있으면, 어떻게든 흘러가겠지 하는 수동적인 선택은 결국 불만을 낳고, 불만은 쌓이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폭발한다. 결국 모두에게 해를 입힌다.

2. 할 말은 꼭 하자. 어영부영 뒤로 넘기고, 상대방의 반응을 걱정하다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용기를 내서 할 말은 꼭 하는 것이 좋다. 시기를 놓치더라도, 눈치를 봐가며 필요한 말은 꼭 해두자. 아무 말도 없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몰아서 말해봤자. 상대방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히려 그 기간동안 오해의 골은 깊어지고, 감정은 상할대로 상해버린다. 잘못하면 수습하기 어려워지니, 너무 늦지 않게 할 말은 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3. 아무리 친한 상대라 해도 존중하고 생각해서 행동하며, 상대방과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정적 혼란상태에서 할 말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침묵을 낳고, 침묵은 짜증을 유발하고, 짜증은 감정적 혼란스러움을 낳는다. 먼저 상대방을 관찰하며 관심을 보이고, 생각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존중이다. 그리함으로써 공감을 유도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으며, 관계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믿음과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말빨이 필요한 기술인데,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최대한 잘 파악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다양한 보편적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수 밖에 없다. 특히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것이 연인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고 너무 집중하면 편집증세와 비슷하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4. 관계는 협상이다. 서로 맞지 않는 다고해서 무조건 배척하면 안 된다. 서로가 각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정당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신중하게 듣고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는 없으며,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서 이러한 의견이 나왔으며, 이런 의견에 동조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으로 일어날 긍정적 결과를 꼭 염두해두고 자세히 말해야만 한다. 단순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막무가내식의 정당화는 금물이다. 물론 얼토당토 않은 주장은 가볍게 묵살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현대는 수다쟁이들의 세상이다. 옛날처럼 목소리 높여 결론만을 주장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5.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자. 모른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애매한 것이 있으면 서슴치 않고 설명을 요구하자. 원하는 것을 이루려 하려거나 공감을 표하려면 알아야 하지 않겠나. 상대방이 할 말을 잘 못하고, 소심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질문을 해야만 한다. 그럼으로서 의중을 파악하고 소통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을 받게 되더라도,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세세히 말하는 것이 좋다. 결론만 말해선 소통이 되지 않는다. 이는 자기주장에 있어서 더욱 필요한 일이다.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모른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 모를 수도 있지 뭘 그러나!

6. 제 3자를 끌어들이지 말자. 많은 이들이 제 3자를 끌어들여 비교하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떨어트린다.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의 언어를 찾아야 하며, 스스로 바라는 것을 찾아야 하며, 스스로 겪어온 것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누가 그러는데", "친구가 그러는데"와 같은 말은 필요 없다. 이런건 마치 "엄마 친구 아들"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바라는 바를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처를 주게 마련이다. 누군가의 권위를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분명하게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라는 표현을 두려워 말자.

7. 대화를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소심한 자들의 특징은 매우 수동적이며 간접적인 자세의 대화에 있다. 수동적인 반응은 대화를 단절시키고 결국 소통의 바깥에 존재하게 만든다. 결국 권리의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적극적이 되도록 노력하다. 때에 따라 단호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공격적이 되어도 좋다. 바보처럼 수동적으로 다른이의 대화를 따라가거나 외부로 밀려나선 곤란하다. 이런 태도가 바로 따돌림을 낳는 원천이 되곤 한다. 따당하기 싫으면,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8. 당신은 특별하다. 나는 특별하다.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자. 자신의 안에 숨어서 빈정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출하자. 소심한 자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빈정거림과 함께 지나친 독설을 사용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럼으로써 벽을 만들어 버리곤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하면서 정면돌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말도 안되는 설명과 함께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싸움만 일으킬 뿐이다. 어디까지나 상식선에서 자신감있게 행동하자.

9. 상대방의 말을 막지말자. 소심 할수록 말이 막히면, 더이상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게 되고 침묵하고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더듬더듬 침묵을 섞어가며 천천히 말한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답답해하며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상대의 말에 귀기울여 정리하는 것이 좋다. 소심하다고 해서, 말을 못 하는 것은 아니잖은가. 약간의 배려만으로 소심한 자들도 수다꾼으로 만들 수 있다.

10. 이상의 것들은 모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더이상 생각나는 것이 없다.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뿐인 글이 너무 길어져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하지 못할 것들은 없지만, 분명 완벽하게 수행해 내기도 힘들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배려는 무너지고, 감정은 흔들린다. 세상 완벽한 것이 어디 있나. 조금이나마 노력하며 멀쩡한 인간이 되려할 뿐이다. 허나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실천하기 위해 힘쓸 뿐이다. 아직 살아갈 날도, 사랑할 날도 많이 남아있다. 힘내자!


From: http://kaonic.tistory.com/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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