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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식 추출의 실전 노하우



드립식 추출방식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융 드립은 빌로드, 모직, 면의 순서로 계속 발전해 왔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원두커피 전문점들은 대부분 융보다 페이퍼 드립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페이퍼 드립은 융대신 일명 ‘드립퍼(Dripper)’라고 불리는 여과기(濾過器)를 사용함으로써 간편성에서는 융 드립보다 훨씬 진일보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페이퍼 드립은 도자기나 합성수지로 만든 여과기에 일회용 종이 필터(Filter)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구 관리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맛의 재현성도 뛰어난 편이다. 또한 기구 구입이나 사용이 간편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적으며, 어느 정도 사용법이 숙달된 후에는 비교적 고품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페이퍼 드립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융 드립과 비교해 볼 때 페이퍼 드립에도 몇 가지의 단점이 존재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페이퍼 드립은 추출된 커피에서 종이 냄새가 느껴지거나, 원두의 지방분이 종이 필터에 흡착되어 커피 특유의 감칠맛이나 입안에서 느껴지는 매끈한 맛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또한 추출 구멍이 1∼3개 밖에 없기 때문에 대량추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자칫 방심하면 과추출(過抽出)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커피 전문가들은 종이 필터가 지방분을 흡착하는 문제와 뜸을 들일 때 원두가 충분히 팽창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보다 세심한 맛을 표현하는 데는 여전히 페이퍼 드립보다 융 드립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페이퍼 드립의 이런 결점은 추출 기술의 노하우가 쌓이면 어느 정도는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속단할 일은 아니다. 비록 맛의 재현성에서는 융 드립보다 낮은 평가를 받지만 필터 관리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페이퍼 드립은 현존하는 드립식 추출법 가운데 가장 우수한 방식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너무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면도 없지 않으며, 국내의 많은 커피전문점에서 페이퍼 드립을 선호하는 것도 그만큼 커피 맛이나 질이 뒷받침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립퍼(Dripper)의 종류



국산 드립퍼가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에는 주로 외국산인 카리타, 메리타, 코노 등 세 가지 스타일의 드립퍼가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서도 국내 커피전문점에서는 대부분 일제(日製)인 카리타(KALITA) 제품이 많이 사용되는데 드립퍼 하단에 3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카리타 드립퍼는 메리타에 비해 추출된 커피 맛이 보다 만족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이에 비해 드립퍼 모양이 원추형인 코노(KONO)는 같은 일본산이지만 커피와 물의 접촉 시간이 길어 맛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다.



독일의 메리타 벤츠(Melita, Bentz)가 고안해 낸 메리타(MELITA)는 커피액 추출구가 1개인 독일산 드립퍼로 국내에도 1990년대 초반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J업체에 의해 보급되었으나 지금은 서울 강남의 몇몇 커피전문점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리타는 반대로 기구 윗면의 입구가 좁고 체장이 높으며, 추출 방식의 차이로 인해 커피 맛도 조금씩은 차이가 난다.



이들 드립퍼는 주로 내열 플라스틱이나 도자기로 만들어지는데 플라스틱제가 가격은 저렴하지만 보온효과가 낮은 데 비해, 도자기제는 보온 효과는 좋지만 열전도율이 낮아 더운물을 부어 미리 기구를 예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필터의 선택



카리타, 메리타, 코노 등의 드립퍼 제조업체는 대부분 자사 기구의 규격에 맞는 페이퍼 필터를 함께 생산하고 있으며, 사용자 역시 드립퍼의 종류를 기준으로 필터를 구입해야 추출시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드립퍼 규격에 맞는 필터는 실제로 드립퍼 위에 세팅했을 때 입구 부분에 안정감 있게 고정되므로 추출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카리타나 메리타에 사용되는 페이퍼 필터의 경우, 밑부분과 한쪽 사이드면이 프레스로 압착되어 있다. 드립퍼 위에 세팅할 때 이 압착 부분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한번 더 접어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압착면이 더욱 튼튼해지고 드립퍼와 필터가 고루 밀착되어 추출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프레스 압착부를 접은 필터를 드립퍼에 세팅할 때는 반드시 필터 밑부분의 양쪽 귀퉁이를 두 개의 손가락으로 눌러 필터가 드립퍼 내벽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해야 한다. 만일 필터와 드립퍼 사이에 틈이 있으면 추출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물이 부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필터가 부분적으로 뜨게 된다.



커피 원두의 입도(粒度)



페이퍼 드립이나 융 드립은 추출시의 작업 조건에 따라 맛이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한 노하우를 가진 커피 애호가라면 이런 제반 여건을 임의대로 조작해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을 표현해낼 수가 있다.



또한 원두의 종류, 배전 도수, 가루의 입도(粒度)에 대한 제약이 그리 심하지 않아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맛에 적합한 입도만 잘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커피가 추출된다(추출 방식에 따른 커피 입도 기준표는 지난호 참조).



드립포트의 선택 요령



융 드립이나 페이퍼 드립이나 드립포트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국내에서는 전용 커피포트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커피 애호가들은 대부분 남대문시장을 통해 일제 수입품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가운데서도 3∼4인용으로 제작된 커피포트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드립포트는 물을 붓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제약은 없지만 가급적 대롱이 길고 추출구의 지름이 작은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드립식 추출의 기본적인 요건은 물을 가늘게, 조용히 붓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물을 따르는 추출구가 좁고 황새 부리처럼 가늘고 긴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커피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초보자들 가운데는 일반 주전자를 이용해 물을 붓기도 하는데 추출구가 큰 일반 주전자로 원두가루 위에 ‘물을 얹는’ 정도의 기술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입구가 좁고 가느다란 제품을 선호하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물을 따르는 추출구가 지나치게 좁으면 많은 양의 커피를 추출할 때 물 붓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과추출로 이어질 우려가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커피포트는 아무리 급한 경우라도 직접 불 위에서 물을 끓이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의 선택 기준



드립식 추출에 사용되는 물은 일반적인 수돗물이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며, 여과기를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많이 늘어난 ‘순간 온수기’의 경우 동(銅) 파이프 속에서 물이 탈이온화되기 때문에 커피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커피 업계의 정설이다. 또한 수도관에 장시간 고여 있던 물은 파이프 속의 녹물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아침에는 수도꼭지를 개방해 일정 시간 동안 물을 흘려보낸 후 사용해야 한다.



지난호에도 언급한 것처럼 드립식 추출에서는 물의 온도가 커피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추출 속도라도 뜨거운 물로 추출한 커피액은 커피 성분이 많아지고 그 결과 맛 전체가 강하게 표현된다. 저온의 물에서는 떫은 맛이 추출되고 신맛은 이보다 조금 더 고온에서 원활하게 추출된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늘 수온을 선택할 때 ‘쓴맛은 저온, 신맛은 고온’이라는 기본 공식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맛을 내기 위해 고온을 선택했을 때 떫은맛이나 쓴맛도 같이 추출되는 경우가 있으며, 저온이라고 해도 쓴맛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는 등 제반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수온은 드립식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그것 자체가 완전히 커피 맛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온도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추출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간이 지켜져야 하며, 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 맛의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또한 수온이 높을 때는 찬물이나 얼음을 넣어 온도를 낮추고, 수온이 낮으면 다시 데워서 쓰는 것도 무방하지만 너무 자주 데운 물은 일산화탄소가 소멸되어 물맛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물 붓는 법



필터에 물을 부을 때는 먼저 적정량의 10% 정도를 가루 전체에 스며들게 부어주는데 이때 가루 위에 ‘물을 얹는다’는 기분으로 조용히, 천천히 따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 가루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면 다공질(多孔質)의 가루는 더욱 팽창하여 열린 상태가 되며 가루 내부까지 물이 스며들면서 예열(豫熱)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커피전문가들은 일명 ‘뜸을 들인다’고 표현한다.





커피 가루에 물을 부어 뜸을 들이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가루 속에서 물이 지나갈 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뜸들이는 시간을 갖지 않고 커피가루에 물을 계속 붓게 되면 최초로 물에 접촉한 커피 입자 사이에는 물이 지나간 흔적, 즉 ‘물길’이 만들어지고 나머지 물 역시 이 물길을 따라서만 통과하게 된다. 결국 이 물길 주변부의 가루에서만 커피 성분이 계속 추출될 뿐 물과 접촉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추출 자체가 고르지 않아 원하는 커피 맛을 낼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뿐 아니라 물의 온도나 붓는 속도 등에 아무리 신경을 쓴다해도 좋은 커피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물을 부을 때는 미리 소량의 물을 가루 전체에 충분히 스며들게 하고, 이를 통해 물길이 고르게 생성되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두어야 한다.



이밖에도 뜸을 들이는 목적은 한정된 물이 가능한 한 커피가루 전면에 접촉하도록 해 원두가 갖고 있는 각 성분들을 충분히 추출해내기 위한 것이다. 이때 뜸을 들이기 위해 부어준 10%의 물은 커피가루에 열을 빼앗겨 서서히 온도가 낮아지므로 주로 떫은맛이 많이 추출되는데, 쓴맛이나 감칠맛을 원할 때는 뜸들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함으로써 커피맛을 조절할 수가 있다.



여러번 강조하지만 드립식 추출에서는 커피가루에 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고 ‘얹는다’고 할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상태를 위해서는 ‘모세현상에 의한 침투력+중력+주입에 의한 낙하 속도’ 등의 물리적인 힘과 ‘커피가루의 표면장력+팽창력+발생한 탄산가스의 부력’ 등의 반작용이 엇비슷해져야 한다.



이 상태라면 물은 최초로 커피가루 위에 닿은 지점으로부터 사방으로 균일하게 퍼져나가며 골고루 확산된다. 그러나 만일 물에 가해진 힘이 커피가루의 반작용에 비해 월등하게 강하면 물이 고르게 퍼질 틈도 없이 안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한쪽으로만 편향적인 물길이 생기게 된다.



커피가루 표면이 꺼지게 되는 것은 주로 이런 이유 때문이므로 커피포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즉 커피포트의 추출구가 지나치게 넓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나오면 ‘물을 얹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거의 불가능하다. 드립식 추출을 공부할 때 3∼4인분 보다 1인분을 추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 이유도 이처럼 적은 물로 원하는 성분을 모두 추출해야 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의 양이 적을 때는 가급적 물방울처럼 조금씩 부어주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



커피가루의 표면이 꺼지는 다른 한 가지 원인은 원두의 선도(鮮度)가 나쁜 경우이다. 신선도가 낮은 원두는 팽창력이나 가스 발생량이 적기 때문에 아무리 조심해서 물을 부어도 표면이 움푹 꺼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원두를 교체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뜸들이는 순서



① 커피가루의 표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드립퍼를 가볍게 좌우 혹은 앞뒤로 흔들어 준다. 이때 가급적 한 손만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양손을 사용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과도한 힘이 전해져 어느 한쪽으로 가루가 쌓이게 되므로 자연히 추출액이 흘러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② 커피가루의 중심에 소량의 물을 ‘살짝 얹는다’는 기분으로 붓는다. 물의 양은 커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작은 양으로도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1인분을 120cc 정도로 계산하여 필요량을 산출하고, 뜸을 뜰이기 위해 붓는 최초 투입량은 총량의 10% 정도면 적당하다. 가루 표면에 물을 부을 때는 양이나 속도를 조절해 필터에 직접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커피포트의 추출구를 모기향처럼 나선형으로 돌리며 주입하거나, 중심부에 아주 소량의 물을 부은 후 천천히 바깥쪽으로 이동시킨다.



③ 물을 부은 후에는 커피가루가 충분히 팽창하기를 기다린다. 팽창이 끝날 때까지는 대략 30∼40초가 소요되며 이렇게 되면 가루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정도면 팽창이 완료된 상태이므로 적당한 타이밍을 잡아 본격적으로 추출을 시작한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커피를 뽑을 때는 뜸들이는 시간을 짧게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루가 충분히 팽창하기 전인 10∼20초 후에 두번째 물을 부어준다. 반대로 진하고 감칠맛 나는 커피를 원할 때는 뜸들이는 시간을 최장 60초까지 길게 잡아도 되지만 이때도 드립퍼의 온도가 적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한번 팽창한 커피가루가 다시 수축하게 되면 아무리 늦어도 30초 이내에는 재차 물을 주입해 주어야 한다.



주입시의 주의점



뜸들이는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주입 작업에 들어간다.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이 작업은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아무리 다른 작업에서 신경을 쓰더라도 주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커피를 추출해낼 수가 없다.



① 물은 가능한 한 커피가루와 가까운 위치에서 조용히 부어준다



물을 부을 때는 모기향처럼 추출구 위치를 나선형으로 움직여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중심부터 바깥쪽으로 이동한다는 원칙도 꼭 지켜져야 한다. 가루 표면에 가해지는 물의 힘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드립포트의 추출구가 약 3∼8cm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추출구 위치가 너무 높으면 물 속에 공기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 낙하 속도가 빨라져 커피가루 사이의 통과거리가 짧게 되므로 원하는 성분을 추출할 만한 흐름을 유지하지 못한다.



② 물을 붓는 위치를 항시 이동시킨다



만일 가루 표면에 가해지는 물의 힘을 제로로 유지할 수 있으면 가루 중심에 계속 물을 부어도 완벽한 주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낙하하는 물의 힘을 완벽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물의 낙하지점을 항시 변화시켜 고르게 추출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모기향처럼 나선형으로 주입하되 시작은 반드시 중심에서 밖으로, 그 다음에는 밖에서 중심으로 다시 반복한다.



이때 중심부는 천천히, 바깥쪽 나선 위에서는 속도를 빨리해 중심부 일수록 물의 양이 많아지도록 조절한다. 이것은 바깥쪽에 많은 물을 부으면 그 부분의 여과층이 얇아 추출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도가 좋은 원두는 물을 주입한 지점이 부풀어 올라 흰거품(시간이 경과하면 갈색으로 변화함)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을 표적으로 하여 거품의 바깥 방향으로 주입한다.



③ 필터에는 물을 직접 부어서는 안된다



필터에 직접 닿은 물은 커피 성분을 제대로 추출하지 못하고 드립퍼 하부의 서버로 배출된다. 이렇게 불필요한 물이 추가되면 커피 추출액의 질도 자연히 하락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과층에 떠오른 떫은 성분을 함유한 물이 추출액에 그대로 뒤섞이는 것이다. 이 경우 나중에 커피를 뽑고 나면 불필요한 잡미가 생겨 커피 맛이 떨어진다.



④ 드립퍼 안의 물이 마르게 해서는 안된다



드립식이나 사이폰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경우, 커피가루와 물을 혼합하면 표면에 거품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거품은 커피가루에 포함되어 있는 떫은맛 등의 잡미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며 이렇게 흡수된 성분을 보통 ‘진(津)’이라고 표현한다. 커피 한 잔의 액체는 모든 원두 성분을 남김없이 추출하는 것은 아니며 진 역시 커피 맛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좀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좋은 커피는 ‘잡맛을 포함하지 않는 양질의 성분만을 추출해낸 것’이기 때문에 진이 제거될수록 좋은 커피가 된다.



특히 드립식 추출에서는 거품이 진을 모두 빨아들여 추출액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만 양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다. 만일 드립퍼 안의 물이 너무 줄어들면 애써 거품 속에 흡수되었던 진이 다시 추출액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두 번째, 세 번째 물을 주입할 때는 항상 드립퍼 안에 물이 말라버리기 전이라야 하며, 물 붓기가 완료되었을 때도 아직 물이 남아 있는 상태일 때 드립퍼를 들어낸다. 카리타의 경우에는 물 붓는 횟수를 총 4회 정도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⑤ 주입속도로 맛을 조절한다



추출 시간은 드립퍼에 물이 부어져 커피 성분이 서버로 추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이 시간차에 따라 커피의 맛이나 질도 확연히 달라진다. 이 추출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요소들이다.



첫째, 가루의 입도(粒度)이다. 가늘게 분쇄한 가루일수록 물에 대한 저항력이 크기 때문에 유속(流速)이 늦어지고 굵게 분쇄한 가루는 이와 반대로 물의 흐름이 한결 빨라진다. 물의 흐름이 느릴수록 추출 성분이 많아지므로 추출 속도는 물의 유속이나 주입 속도와 연관이 있다.



둘째, 드립퍼 내의 물의 용적(容積)이다. 드립퍼에 회당 주입하는 물의 양을 늘리면 필터 최하단부의 수압이 증가되고, 필터와 물의 접촉면적이 넓어져 유속이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한번 뜸들인 후의 주입은 목적하는 추출액을 얻을 때까지 4회로 나눠 실시하지만 한번씩 주입할 때마다 물의 양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맛의 조절이 가능하다.



단 여기서도 물의 온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추출시간은 추출된 성분의 양을 결정하고 물 온도는 성분의 질을 결정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감각에 의존해 쓴맛을 살리려면 저온으로 천천히, 신맛을 살리자면 고온으로 빨리 물을 추출하는 것 등이 이런 원리를 응용한 드립식 추출의 기본 노하우이다. 드립 방식의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면 점차 자신이 원하는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또한 드립커피가 지향하는 최고의 목적이다.



커피의 보온법



드립법으로 추출한 커피는 다른 방식으로 뽑은 커피보다 온도가 낮은 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추출시 서버 밑에 워머(warmer, 보온기구)를 받쳐두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는 온도가 저하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만일 커피가 너무 식어서 데워야 할 때는 불 위에 얹고 가열할 수도 있지만, 이때 절대로 커피 추출액이 다시 끓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향이나 필요한 성분이 증발되어 모처럼 정성들여 뽑은 커피의 질이 급속히 저하된다. 그럴 때는 차라리 뜨거운 물 속에 담궈 중탕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며, 대략 65∼70℃ 정도가 가장 적당한 커피 음용 온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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