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이네서 퍼왔어요. "이 향봉님"의 글입니다.




각시를 팝니다.

각시를 팝니다.

헌 각시를 팝니다.



반 백년을 함께살아

단물은 그래도 조금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껍데기는 아직 쓸 만 해보입니다.



키는 5척이 조금 넘고

똥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이프지만

배꼽찾기가 조금은 어려운 편



가끔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어지럽다고 합니다.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완전 깡통인것 같습니다.

직장은 없으면서 돈은 나보다 더 잘 씁니다.



낮엔 퍼져 자는것 같고

밤 늦게서야 잠 안자고

세탁기며 청소기를 돌립니다.



깜직한 눈 웃음 한 번

애교스런 코 맹맹이 소리 한 번

이제는 보고 들을 수 없지만

눈만 마주치면 돈 타령으로

매일 매일 출근 할 때 마다 뒷통수가 아립니다.



애들 학교 자모회 같은 데는 안 빠지고

미시 같이 옷자랑 하는지

동네를 한 바뀌 돌아 들어 오면서



집에서는 부엌데기 보릿자루가 되어

아래는 구멍 난 서방 트레이닝 바지에

위에는 부라자도 하지 않고 서방 티 샤츠에



냉장고에는 엊저녁 김치 사발이

뒤척임도 없이 그대로 입니다.


각시도 헌 각시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구멍 뚫린것 같아

예전에 잊었던 애인 될 뻔했던

동창생이 그리워 각시 팝니다.

조금 싸게 팝니다.


평소 한데 콕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조금 지나면 꽨괜히 뭔가 허전하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 돌게 되어

바로 후회하게 되지만.



빈 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각시를 팝니다.

각시를 팝니다.



헌 각시를 팝니다 하면서

허공에다 담배연기 뿜어봅니다.

아쉬운 마음 왠지 걱정이 더.


쓸어 내리며 곪고 삭은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쓸어안고 같이 넘어야 할 인생 고갯길의 동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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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말 모두 거둘랍니다.


From: http://www.nam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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